2005/06/01 23:07
G2, 데브캣은 결국 나를 실망시켰다

그동안 데브캣에 대해서 누군가 욕을 하거나, 돈독이 올랐다든가, 앞뒤 안가리고 짖어대면 오히려 제가 되려 화를 낼 정도로 데브캣을 옹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기획을 한다는것이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나, 특히나 서버의 분산처리는 물론이고 프로그래밍이라는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거든요. 저도 어느 하나를 집중적으로 체계적으로 공부한 일은 없지만, 적어도 그게 힘들다는걸 알 만큼은 알아요. 그리고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유료사용자는 더욱 선을 그어서 어드밴티지를 주어야 하는게(유료결제로의 유인) 당연한 일이고 최대한 수익성을 염두에 둔 기획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또한 그래야만 하지요. 채산성 악화로 좋아하는 게임이 '망해버리는' 결과로 치닫는건 원치 않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더는 못하겠어요. 옹호는 고사하고 욕이나 안하면 다행이게 될 지경이랄까요. 대단히, 깊이 데브캣에 실망한 상태입니다. 몇가지 짚어보지요. 첫째로, G1 의 흐름이 스토리 진행에 중심을 두고 각 레벨제한이나 난이도가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중심을 두고 퀘스트가 구성되어 있었던데에 반해, G2 는 스토리 자체는 G1의 외전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부실하며 획일적으로 강력한 전투스킬 위주의 성장만을 요구하고 각 퀘스트의 연관성이 심하게 떨어집니다.

대표적으로 악명높은 이상형 퀘스트의 문제를 지적해보죠. 물의 정령인 아르가 G2 의 진행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 아르의 존재 이유는 그것 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만요). 그런데 G2 진행에 필수적인 npc 가 현실 시간으로 하루에 두번밖에 갈 수 없는 케오섬에 존재함으로 인해 각 유저들은 의미없는 대기 시간만이 길어지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다행히도 운좋게 케오섬 문게이트 시간에 맞춰 플레이를 하게 된 덕에 별다른 불편없이 진행을 했습니다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그 반대겠지요. 게다가 아르는 분명히,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싫어해서 돌을 던지는것 같다며 어떤 모습이 이상형이라 생각하는지 알아와 달라는 부탁을 했지, 어떤 사람이 그런 이상형을 충족하는지 알아보라는 말은 없었죠. 이상형을 충족하는 유저에게 아무런 어드밴티지도 없이(최소한 그 이상형을 충족하는 유저가 해당 npc 와의 호감도가 최고상태가 된다든가!!), npc 의 반응이 어떻게 진행된다는 것도 없이 그냥 쪽지를 받는게 퀘스트의 전부입니다. 정령의 축복을 받은 미스릴 갑옷을 준비하고, 에스라스의 음모를 막으면서 성기사(팔라딘)로서 각성한다는 것이 G2 의 진짜 스토리라인인데 오히려 정령과의 이야기로서 지나가는 부수적 이야기인 이상형 퀘스트가 G2 의 실질적인 부분을 거의 다 차지해버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30분 제한이던 미스릴 광산을 제외하고서는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이상형 퀘스트입니다.

난이도 하향패치가 되었다고는 하나, 기존에 받아둔 쪽지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어버려 오히려 기껏 준비해둔 퀘스트 아이템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려 처음부터 다시! 가 되어버린 사람도 꽤 많죠. 물론 각 마을별로 3명씩만 충족해도 되도록 하향되어 티르코네일과 반호르는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긴 했습니다만, 조건 자체가 완화된것도 아니라서 그다지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죠.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실제 G2 스토리 밖의 이야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게 치명적인 실책입니다. 이번 기획은 팀장인 나크님이 직접 하셨다고 하던데, 감히 말하건대 감히 개발자의 센스로 기획을 하겠다고 덤빈 꼴같잖은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한테 욕을 하려면 하고, 반론을 제기하려면 하세요. 기획자, 스토리라이터가 별도로 필요한 이유는 기술적인 센스와는 전혀 다른 감과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따위로 어설프게 스토리 짜놓고선 감히 기획이라느니 지껄이려거든 당장 때려치시죠. 덧붙여 아직 제가 직접 읽어본것은 아니라서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빛의검'이라는 판타지소설과 스토리 라인이 판박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던데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궁금하군요.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는 게임을 만들기 전에 다른 작품은 보지 않기 때문에 표절이란 있을수 없다, 라든가)

두번째, 크레이그와 아란웬 사이를 오가며 전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이른바 '이멘마하의 참극'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목적 같지만 사실상 정작 '이멘마하의 참극'이라는게 실제로 어떤일인지 명확히 나오질 않습니다. 일기라든가 기록의 형식으로 유저에게 참고할 만한 책 아이템을 주고 사건의 배경이 어떤것인지 알게 해야 정상이 아닌가요? (스포일러는 가려둡니다. 아는 사람만 봅시다)[영주인 리안이 사실은 이멘마하의 참극에서 이미 죽었던 상태였다! 이멘마하의 영주는 사실은 에스라스였다!] 라는 사실이 전혀 충격으로 다가오질 않습니다. 리안의 상태를 알 수 있었던건 맨 처음에 1만 골드를 갈취해서 영주의 추천장을 만들때 에스라스가 말을 가로채버리는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정황도 정보도 없습니다. 어디서 베껴온건지는 몰라도 정말 생뚱맞은 설정이죠.

세번째, G2 의 진행은 너무 난잡합니다. G3 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만 리안의 죽음을 보고 루에리는 다크로드를 따라 다크나이트가 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라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가기에는 이야기 사이에 개연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마치 이미 무언가의 이야기를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중간중간 생략해서 재구성한 오마주 같은 느낌입니다. G1 이 여러방향에서 하나의 결과로 매끄럽게 이어져 나갔던 것에 비해 G2 는 마지막까지도 끝내 수습을 못합니다.

쓰잘데없는 이상형 퀘스트를 네일과 아르 사이를 왕복하는 것으로 정리하고(아르의 위치도 센마이 평원 구석 어딘가쯤에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일정한 골드를 지불하더라도 문게이트 외에 케오섬으로 갈 방법을 주든지요), 중간에 이멘마하의 참극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상세하게 들을 만한 이벤트가 있었어야 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통치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의문을 품을법도 했죠. 도플갱어 퇴치 퀘스트를 보면서 그게 왜 마스던전이어야 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차라리 코일던전으로 했어도 괜찮을텐데 말이지요. 게다가 마지막에 황금골렘과 에스라스를 제거하고나서 다크로드와 루에리가 나타나는것도 굉장히 생뚱맞죠. 뒷북도 그런 뒷북이 없는데ㆀ 막연히 에스라스의 계획이라는 식으로만 몰았을 뿐 그 과정이 모두 생략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던 휘하의 근위대와 크레이그 휘하의 팔라딘 기사단이 충돌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에스라스가 뒤에서 이멘마하를 완전히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무언의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G1 때 힘들긴 했어도 재미있었던것에 비해, G2 의 빈약하다 못해 부실해빠진 스토리에 깊이 실망했고 오히려 배신감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유저들이 수없이 무언가를 건의할 때에는(뭐 G모, P모, S모 사이트에 모여든 초딩들은 되에 주름을 다림질 한것 같아보이긴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다, 라고 생각을 해야 하는겁니다. 니들이 알아서 적응해라 하고 배짱부리는것도 어느 정도죠. 왠지 R모 게임이 초기 기획팀 빠지고나니 만들다 만 듯한 게임이 되어버린 꼴이 떠오르게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데브캣과 마비노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나크씨의 귀에 이런 원성이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좀 차리시죠.

데브캣에서 '아, 문제가 있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니들이 뭘 얼마나 안다고 그런식으로 말하냐'하고 고까운 시선으로 본다면, 뭐, 할 말은 이것뿐이군요.



※ 나크씨의 그 따위 쓰레기 지휘에 따라 불철주야 삽질 하신 다른 기획팀원, 개발팀, 디자인팀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며, 허구한날 죄없이 욕만 먹고 계시는 운영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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