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망각이 아닐까. 물론 잊어버림이 없고서는 사람의 얄팍한 정신같은건 순식간에 박살나겠지만..
누군가를 잊는다는것과 타인으로부터 잊혀져간다는 것 만큼 슬픈것이 또 있을까.

요즘도 간혹 생각하다가 문득문득 울먹이게 되는건,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그리고 고등학교때.. 그때에는 그렇게도 전심 전력으로 느끼고 생각했던 그 모든것과, 소중한 사람들이 지금은 단 하나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를 종업식날, 전학을 가게 되었다고 친구들에게 인사하러 교단에 올랐을때. 그 순간까지만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이사란걸 가는구나~ 라는 정도의 기분. 그러나 앞에 나와서 하나 하나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아, 이제 이 얼굴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구나" 라고. 운이 좋아 내가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만나게 될 기회가 생기거나, 아니면 먼 훗날 성장해서 만나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보는 이 얼굴을 보는건 이게 마지막이구나, 라는 생각에 굉장히 슬펐다.. 그리고, 그때 생각했던것과 같이 ㅡ 다시는 볼 수 없었고, 이제는 기억마저 흐려져서 그때를 더 이상 추억할 수가 없다.

잊는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슬픈일이다.

한편으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나'에 관련된 사람들의, 관련된 모든 기억이 사라져 버린다면?
나는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억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기억이 없다 ,라면.
그것 역시 정말 울어버리고 싶을만큼 슬픈일이 아닐까.

잊혀진다는 것. 견딜수 있을까.
  1. byontae 2006/03/10 06:40 답글수정삭제

    반면 망각 없는 생을 견뎌낼수 있을까요....
    잊혀지고 잊는다는것은 슬픈일이지만, 잊을수 있고 잊혀질수 있다는것이 너무도 다행스러우니까요.
    하지만 인간에게는 언어라는 축복받은 기술이 있지요. 잊어서는 안되거나 잊고싶지 않은것은 기록으로 남겨야지요.

    초면에 죄송합니다^^ 올블에서 보고 왔습니다.

    • 라지엘 2006/03/10 16:41 수정삭제

      그래서 첫줄에도 써놨지요. 잊어버림이 없으면 정신이 박살날지도 모른다구요 ^^ 요즘은 옛날에 적어둔 일기를 보고도 그때의 일이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잠시 감상에 젖었습니다.

      코멘트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
      종종 또 들러주세요

  2. 카를류안 2006/03/10 08:58 답글수정삭제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살아갈수 있다고 생각해요.
    망각은 신이 내린 최대의 축복이라고..
    잊을수 없어서 고통받는 천재들도 많은거 보면, 기억이 잊혀져 간다는건 슬픈일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것이기도 해요. 그리고 왠지.. 실제로 생명이 다 해서 죽는 죽음이란것 보다, 내가 사랑했고, 내가 살아왔던 세계에서 잊혀지는게 바로 진정한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뭔가 두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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