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포털 사이트들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때가 있었다. 북조선식으로 말하면 IT업계에서 까부숴야 할 제국주의 반동분자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심하게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워 보였다. 딱히 지금에 와서 그들을 예찬할 정도로 시각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중립에 가깝게 온건해졌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다음이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에 대해서는 열렬히 지지하고 싶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가 가진 저력에 대해서는 기호의 문제를 떠나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포털이 이렇게 강력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높은 페이지뷰? 많은 회원수? 그로부터 축적된 거대 자본? 난 그 중에서도 '노하우 (사용자 경험, UX)'를 꼽고 싶다.

인터넷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대중이다. 사회를 누가 움직이느냐,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가와는 별개로 인터넷에서 지갑을 여는 것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절대 다수의 대중이다. 세○클럽 같은 채팅 사이트의 쇠락에 관련해 이런 명언이 있다. "얼짱 몸짱이 채팅하고 있겠냐"  ....채팅을 즐기시는 얼짱 몸짱들을 딱히 비하하려는게 아니다 (혹 계시면 연락 좀...) . 얼짱, 몸짱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굳이 채팅 사이트에 죽치고 앉아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를 꼬시기 위해 애쓸 이유가 없다. 스타일 좋게 빼 입고 길거리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작업이 들어올테니까. 어디서 껌 씹던.. 아니, 글 좀 쓰던 이름 날리는 논객이나 유명인이라면 굳이 애써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를 쓸 필요가 없을것이다. 신문에 사설 한 번 싣고 기자 간담회 한번 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높은 효과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인터넷을 하기 위해 애를 쓰는가. 누가 블로그를 하기 위해 기를 쓰는가. 어린애 코묻은 푼돈 빨아먹는 넥슨이나, 100원짜리 도토리 팔아 대박난 싸이월드나, 언뜻 유치해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상당히 유효한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다. SI나 기업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 기업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진짜 고객은 대중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에 지갑을 여는 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이론이나 대학자보다 유명 포털 사이트가 얻을 수 있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UI 의 설계나 디자인 측면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에 더 익숙해져있는가, 어떤 동선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게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은 요즘 날개의 UI 에 대해 고민하면서 피부에 와 닿게 되는 큰 고민이다.


나는 네이버의 UI 설계는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눈이 아프거나 피곤하게 하는 일도 적을 뿐더러, 어디에 뭐가 있는지가 분명하다. 굳이 마우스를 그 위에 올려서 ToolTip 형태로 도움말이 뜨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이 버튼을 클릭했을때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가 굳이 설명을 읽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온다. NHN Design, UXLab 의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 (..사실 이글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이것은 물론 기능적으로 훌륭한 디자이너가 많이 있다든가 하는 것도 상당 부분 일조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대중으로부터 얻어진 노하우, UX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최종 사용 계층에서 보여지는 것을 기준으로, 네이버가 기술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흉내를 내려 한다면 사용하는 언어와 무관하게 웹프로그래밍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미테이션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UI Design, UX의 차원으로 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주관을 바탕으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지만, 나는 다음(daum) 스타일의 디자인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매우 산만하고 동선이 혼란스러운 경우가 종종 보인다 (담당하시는 분들은 피눈물 날 소리지만). 싸이월드는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디자인되어 있고, 비교적 직관적이다. 일부 섹션에서는 섹션간에 디자인의 괴리가 있다든가 동선에 약간 차이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는 점, 시선을 너무 많이 분산시키려 한다는 점 등은 포털 지향을 천명한 것 치곤 아쉬운 부분이다. 그에 비해 네이버의 UI는 충분한 통일성을 갖고 있고, 직관적이며, 동선이 비교적 간결하다.

NHN 이라는 기업의 윤리성, 도덕성 같은 부분은 차치하고, 그 회사가 가진 큰 재산인 UX 와 UI design 실력은 참으로 훌륭하다. 포털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들로부터 돈을 벌 수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 작은 기업들이 롱테일, 얼리아답터를 공략하려 하는 것은 상당히 필연적이다. 또한, 네이버와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는 다른 기업들, 예를들어 다음이 다시 한번 옛 영광을 회복하고 싶다면, 싸이월드가 포털사이트의 역할을 원한다면, 기능적 측면에서가 아닌 UI UX 측면에서 네이버를 교과서로 삼아 공부해 볼 필요가 있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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