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7/31 12:54
바른 시장이란, 긍정적인 경쟁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한경쟁'이 전제된 이 시장경제에서 '모두의' '온전한' WIN-WIN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당장 너와 나 쌍방에게 이익이 되는 길은 있을 수 있으나, 그 결과에 의해 또 다른 누군가는 경쟁에서 패배할 것이다. 그가 그 패배와 손해를 딛고 일어나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의 재기에 의해 또 다시 '우리'의 사업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가 영영재기하지 못하고 그 자신-혹은 기업의 구성원, 연계된 모두-의 미래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얼마든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경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경쟁하면서 상대가 받게 될 피해와 손해를 측은히 여겨 내 뼈와 살을 거저 내주는 것이 미덕은 아닐 세상이다.
바른 시장이란, 긍정적이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이라 생각한다. 아니, 생각해왔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품게 된 물음표 하나에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 '긍정적이며 공정한 경쟁'이란 무엇인가" 같은 출발선에서 뛰게 하는 것?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한데에다 한번도 뛰어본 적 없는 사람을 금메달리스트 육상선수와 같은 출발선에서 뛰게 하는 것이 공정하고 옳은가? 아니면, 그렇다고 해서 약자는 도착선 1m 앞에서, 강자는 도착선 1km 앞에서 출발하라-고 외부의 개입에 의해 강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약하더라도 누군가는 개입해서 그 과정이나 이유가 어떻든 다른 강자들을 제칠 수 있도록 장치와 손길을 뻗어주리라 기대해버린다면, 누구도 강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천명하던 유럽의 몇몇 국가들도 이제는 골치를 썩고 있다지 않은가.
소수의 대기업이 독점한, 모래사막과 같은 시장을 있어야 할 올바른 모습으로 일군다는 것은 무엇인가.
애당초, 풍요로운 초원 상태의 시장이란 어떤 것일까. 사막이라는 '결말'의 상태가 되기 전, 모든 개체가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혼돈의 상태가 초원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위에! 경쟁이 거듭될 수록 승리를 위한 수단과 계략은 갈수록 교묘해진다. 오아시스를 독점한 제국이 멸망하여 그 물이 온 대지에 흘러, 초원으로 돌아간다 한들.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또 다른 누군가가 초원의 경쟁에서 승자가 될 것이고 만물위에 군림할 것이다. 뭐, 그가 제국의 멸망을 기억한다면 폭군으로 기록될 지금의 제왕이 아닌 성군이 되고자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버려질 것이다.
역사속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혁명이라 불린다. 그리고 그 '혁명'에는 대부분 대의명분이 있는데, 바로 "백성들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것이다. 왕족과 소수 귀족들의 풍요를 위하여 절대 다수의 인민이 착취당하며, 현대적 시점으로 말하는 '인권'을 넘어 '생존권'이 위협받을때 그들은 그 사회 시스템의 개비를 위해 무장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앞에 서서 바로 그러한 욕망을 결집하고, 행동으로 옮김으로서 민중의 방패이며 검이 된다. 정치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시장은? 시장에서의 '무장'은 무엇이며, '행동'은 무엇인가.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에 휘둘리며 을도 아닌 병정노릇 하다 말라죽더라도 갑 탓은 못한다. 갑은 시스템(= 돈 버는 기계)이라서 자비와 자애가 없었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여기에 분통을 터뜨리고, 분노를 삭이지 못하더라도 '무장'할 방법이 없다. '봉기'할 방법이 없다. 소비자들은 더하다. 부당한 권리침해를 받더라도 "우리 운영정책이 그러니까 이해해주시고, 뭐 이해 못하셔도 별 수 없습니다" 따위의 CS를 받는 것으로 끝. 단기적으로는 그 '대안'을 택하곤 하지만, 그 '대안'이 현재 대기업이 제공하는 강력한 힘에서 떡고물 받아먹는 것 보다 기름지지는 못하다. 모세가 애굽에서 유대민족을 구원하여 광야로 나왔을 때. 그들은 처음에는 해방되었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오랜시간 굶주리고 고통에 빠지자, "차라리 애굽에서 노예살이 할 때에는 배는 곯지 않았다"며 돌아가려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정치적으로, 대의명분적으로 옳다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할 현실적 힘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무엇이든 공허하다. 최소한, 그 깃발 아래 모인 자들이 호의호식은 아니더라도 밥은 제 때 먹을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유대민족에게는 하나님이라는 최강의 스폰서가 있었지만, 끝없이 물어뜯고 경쟁해야 하는 시장속에서 누가 "구원"할 것인가.
좋은 시장이란 대체 어떤 모습인 것일까. 공정하고, 바른 경쟁은 대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 걸까. 누구도 어찌해줄수 없는 현실속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 시스템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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