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사극의 인기가 높아졌다. '퓨전사극'이라는 이름으로 사극이되 사극이 아닌 작품들도 당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퓨전사극은 픽션의 비중이 높다 못해, 아예 극중 등장인물의 말씨 자체가 현대어를 사용하는 등 역사속 사실로부터 컨셉을 차용했을 뿐인 현대극이라고 보는 것이 무방하리라.

 

'사실(史實)'을 중시했던 남북 합작 사극 '사육신'은 너무나 사(史)에 치우쳐 극적 요소, 즉 재미를 놓친탓에 기대에 비해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 반면, 재미있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던 사극들은 방영내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라는 기사의 소재거리가 되며 연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만 했고, 여전히 그러하다 (선덕여왕, 천추태후 등).

 

그들의 걱정에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극의 재미를 위해 '왜곡'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극단적으로, 교육을 위해서는 사극을 보지 말라고 하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두에게 사극을 권하고 싶다.

 

사극이라도 아니면 언제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머릿속에 떠올리기나 할 것인가? '국사'는 국영수에 올인하는 이 시스템속에서는, 역사의 중요성을 학자들이 아무리 되뇌인들 시험을 위해 단순암기하고 잊어버릴 과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예 무관심하게, 까마득하게 잊고 사는 것보다야 일부 픽션이 가미되어 있더라도 사극을 보고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어차피 방영하는 내내 드라마 감상문 올리듯 열심히 지적해서 올려줄 기자님들이 계시니까.

 

걱정하는건 이해하는데, 앞뒤가 바뀐거다. 사극이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걸 우려할 것이 아니라,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역사에 무관심한 이 교육체계를 걱정하는게 우선 아닌가?

 

지난주 무한도전에서 을미사변, 대한제국선포, 아관파천, 헤이그특사파견 의 순서를 묻는 퀴즈는 참으로 훌륭했다 (특히 박명수님 브라보). 사건의 내용도 모르고 그저 연도나 외우게 시키는 역사교육은 아무 의미가 없는거다. 을미사변 1895년 10월 8일, 아관파천 1896년 2월 11일, 1897년 2월 25일 경운궁(덕수궁) 환궁 - 대한제국 선포, 1907년 헤이그특사파견. 숫자만 외우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고, 그 시대에 그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현대에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으로 흐름을 익혀야 하는거다.

 

역사공부 좀 해라. 최소한, 사극이라도 봐라.

퓨전사극이라도 보고 역사에 흥미 좀 가져주시라.

  1. 라지엘의 느낌

    Tracked from laziel's me2DAY 2009/06/15 12: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사극을 권하고 싶다 역사공부 좀 해라. 최소한, 사극이라도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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