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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0 15:39
나와 내가 충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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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게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꺾지 않을 믿음들이 몇 가지 있다. 굳이 종교적 신앙, 정치적 시각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운전 난폭하게 하는건 나빠" 라든가, "남자니 여자니 성별따지는 건 우스운 일이야" 같은 판단 기준의 편린들이 그러하다. 때문에, 예를 들어 - 연장자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예를 갖추고 대함이 마땅한 일인줄 알지만 순간의 분노에 의해, 얼큰한 취기에 의해 저질렀던 잘못들을,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지"하며 웃어넘기거나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기준을 깬 자신에게 썩 너그러울 수가 없다. 단순히 소심한 면이 있는 것인지, 딱히 자신에게 엄격하다든가 성격이 깐깐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건만 수없이 많은 내 잘못들은 잊혀지질 못하고 내 마음을 괴롭힌다.

이러한 충돌을 과거형 문장만으로 기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안타깝게도 현재진행형이다.
내 스스로 이런 것은 안된다,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단단히 세워놓은 기준이 어느 시점에서 내가 추진하려는 일에 있어 나의 이익이나 편의에 반할때 고민에 빠지게 된다. 물론, 어느쪽이든 법을 어기는 것이나 윤리적으로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Strict 와 Transitional 의 차이랄까 - 다른 사람들은 별로 관심두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하려는 일이 현실적으로 더 적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주장해오던 나의 규칙을 스스로 깨뜨려야만 하는가 라는 물음이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 묻는다면 쉽게 답변하지 못할 것 같다.
남들의 불쾌함과 불편을 양분으로 내 안락과 이익을 취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역도 감내할 자신은 없다.

혼미한 취중에서도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던 겐도횽님 가라사대 "마이너는 자신이 마이너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생존, 발전을 꾀할 수 있다"던 말씀이 자꾸 마음을 후벼판다. 君君臣臣父父子子. 마이너가 메이저 흉내를 내면 그때부터 더 이상 그는 마이너도 메이저도 아닌 얼치기일 뿐이다. 노팀장님께서 (아마 잊어버리셨겠지만) 예~전에 지나가는 말로 "다 그렇게 같이 늙는거야"라고 하시던 말씀처럼 언젠가 나도 더 성장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고양이는 물방울만 튀겨도 온 몸의 털을 바짝세우고 경계(해야)하지만, 호랑이는 어쩌다 한번 낮게 그르렁 거리는 것 만으로도 상대를 얼어붙게 만든다.


BlogIcon Alice Carroll | 2008/05/21 01:07

'나는 나의 기준을 깬 자신에게 썩 너그러울 수가 없다.'는 말에 정말로 동감합니다. 용서받은 일이라도, 저 자신은 마음이 항상 불편하죠.  _ [수정/삭제]   [덧글]

BlogIcon 라지엘 | 2008/05/22 19:37

네.. 마음에 박힌 가시가 됩니다 = ㅅ =;  _ [수정/삭제]